일본에 서양 의학이 들어온 이래 배출된 이비인후과 의사 중 가장 뛰어난 의사로 동경대학의 타카하시 교수를 꼽는 데는 다른 이견이 없다. 그는 20세기 초, 축농증 환자의 수술적 치료에 대한 원칙을 정립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의료 선진국들에서는 그의 이론이 배척되었고 당시 축녹증 수술의 근간이 되어온 칼드웰-룩씨 수술법, 즉 윗입술 아래를 통해 안면골을 떼어낸 후 축농증이 빈발하는 상악동 점막을 모두 제거하는 지극히 파괴적인 수술법이 거의 10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축농증 수술을 대표해왔다. 타카하시 교수는 코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코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를 위해 원인이 되는 부위의 교정만을 하는 최소 침습수술법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국제학회는 당시 의료 후진국인 일본의 한 교수의 이론을 거의 무시하였다. 그러나 지금부터 10여 년 전까지 일반적으로 시행되었던 기존의 축농증 수술은 수술 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높은 재발율을 보였다. 따라서 수술을 한번 받아본 사람은 다시는 받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축농증은 절대 수술로 완치될 수 없는 고질병이란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미 타계하신 전직 대통령 한 분도 심한 축농증으로 늘 고생하였으나 당시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축농증 수술에 대한 확신이 없어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못하여 심한 고통 속에서도 수술을 받을 생각을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타카하시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많은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소문을 듣고 당시 연로한 타카하시 교수의 모든 이론과 수술 수기를 전수받은 수제자이자 사위이며 동일한 이름을 가진 타카하시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술을 받은 후 그 전직 대통령은"내가 왜 진작에 수술을 받지 않았던가."라고 후회하며, 수십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맑은 정신과 시원함을 이제야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타카하시 교수의 이론은 이제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로 발전되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병원에서도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축농증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축농증은 체계적인 진단과 잘 계획된 수술을 통해 완치될 수도 있는 병이 되었다.
 타카하시 교수는 95세까지 수술을 하였고 97세까지 환자를 돌보았으며 98세에 타계하였다. 그는 당시 일본의 몇 안 되는 제칠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인이었으며, 철저한 채식주의자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그가 코의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면서 수술할 수 있는 이론을 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깊은 신앙심과 그가 깨달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