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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투병, 아직 끝나지 않은 길 - 1 투병 수기 | 2010년 10월호 38쪽


 “뼈와 간, 폐 그리고 림프절로 전이됐습니다.”
 “특히 뼈는 흉추 3번과 7번이 골절된 상태입니다.”
 전이라니? 내 삶에 더 이상 ‘암’이라는 수식어는 없다고 철썩 같이 믿으며 살아왔건만, 십여 년 만에, 그것도 시한부 인생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12년 전에 유방암이 발병한 뒤 나는 질병을 내 삶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전의 삶이 ‘책’에 치우친 날들이었다면, 발병한 뒤에는 ‘책’과 ‘몸’의 균형진 삶을 살려고 애썼다. 그래서 전에는 내가 그런 삶을 살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 ‘도전과 극복’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어드벤처 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1막 2장을 개척해 왔다. 그러나 한 곳에 빠지면 과도할 정도로 열정적인 내 성격이 무리를 불러왔는가 보다.
“흉추 3번은 하지 마비가 오기 쉽습니다.
 그리고 일단 넘어지면 절대 안 됩니다. 병적골절은 부러지면 붙질 않아요.”
 하반신 마비가 우려된다고 해서 급히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 뒤로도 병원에 갈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하지 마비 증상은 없어요?”라고 묻고는 하셨다. 물론 간이나 폐도 염려스럽지만,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흉추 골절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한동안 집에서 요양을 했다. 가장 힘든 점은 집안에 있는 가재도구나 주방기기를 비롯한 모든 것이 뼈 암 환자에게는 너무나도 무겁다는 것이다.
 ‘아니, 이 프라이팬이 왜 이렇게 무겁지?’
 마치 난쟁이가 거인의 나라에 온 것 같이, 나는 가벼운 나라에서 살다가 무거운 나라로 이사 온 것만 같았다. 냉장고 문, 베란다 창문, 세탁기 문들을 여닫는 것만도 힘겨웠다. 우선 냄비들을 가장 가벼운 티타늄 코펠로 바꾸고, 도자기로 된 무거운 접시들도 다 치워 버렸다. 가사도우미가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긴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속수무책이었다. 어느 날 내가 잠시 산책을 나간 동안,가사도우미가 깜빡하고 집 안의 모든 문을 다 닫고 돌아갔다. 나는 집 안 공기가 답답해 환기를 시키고 싶었지만, 뼈 암인 나는 너무나도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그 창문을 열 수가 없어, 결국 식구들이 귀가하는 늦은 밤까지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집 바깥은 더욱더 무섭게 느껴졌다. 현관문만 열면 다나를 걸려 넘어뜨릴 장애물로 가득했다. 가파른 계단, 울퉁불퉁한 길, 마주 오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조차 위협적으로 느껴질정도였다. 하루 종일 불안감이 날 옥죄었다. 언제 내 뼈가 주저앉아 하반신 마비가 올지, 언제 넘어져 약해진 뼈가 부러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불안해서 바깥에 나갈 수도 없었다. 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심정이었다. ‘도대체 내게 하지 마비가 안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어떤 것이든 내 힘으로 내 병을 낫도록  뭐라도 하고 싶건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를 돕는 일이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내 행동 반경은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통영마라톤 대회에서 완주를 했고,히말라야 트래킹이며,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 완주며, ‘6대륙 마라톤 대회 완주’를 꿈꾸며 세계를 달리던 내가, 이제는 손바닥만 한 공간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밀림을 떠나와 동물원에 갇힌 맹수라면, 남들이 잠든 깊은 밤에 그의 야성을 어쩌지 못해 컹컹 울기라도 했으리라. 나도 그 동물처럼, 방바닥이라도 두드리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내 슬픔을 토해 내고 싶고,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어 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쪽 폐에 흉수가 찼기에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숨이 가빠지고 말이 안나온다. 그러면 급히 일회용 산소 스프레이를 입에 뿌려 넣어야 한다. 소리 내어 맘껏 우는 것도 축복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으니 내 속은 울음을 안으로 삼키느라 시커멓게 탈 뿐이었다.
뼛속까지 주님을…집에서 요양하는 게 더 이상 힘들다고 여겨져 ‘에덴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곳은 다양한 천연치료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내 질병 회복에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동안은 내 질병을 인간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다 절망만을 느끼고 말았는데, 그곳은 인간적인 차원을 벗어난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준 점이다.
 아마도 내가 폐와 간, 장기 두 부분이 아니라 여러 부분이라도 뼈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래도 내 자아가 성성히 살아 있었으리…. ‘내가’ 최고의 의료진을 찾아 나서고, ‘내가’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못 고치랴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뼈가 아픈것에 그치지 않고, 뼛속까지 아프다는 것, 뼈가 꺾였다는 것은 자아가 꺾였다는 뜻일 게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예배에 참여하고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참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힘, 자신의 자아를 믿고 한껏 도전하고 성취하던 한 피조물이 그만 뼈가 꺾임으로서 절대자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내 질병은 내 자아, 내 사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차원의 것이구나. 그렇다면 그 치유 또한 내 자아의 한계를 뛰어넘는 분에게서만 나올 수밖에 없구나.’
 나는 깨달았다. 내 질병의 딜레마가 ‘뼛속까지’ 아픈 것이라면,그 해결책 또한 ‘뼛속까지’ 아픈 바로 그곳임을. ‘뼛속까지’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뼛속까지’ 주님을 따르도록 초대받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이어 집니다.>
 곽정란
수필가(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 역임), 이집트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 일본 북 알프스 설상등반, 유방암 여성들과 함께한 히말라야 치유 트레킹 등 다양한 어드벤처 레이스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유방암 투병에세이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와 <우리 아이 책 읽기, 엄마하기 나름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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