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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나물(소연교) |
약초와 건강 | 2010년 9월호 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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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나물(Hypericum erectum)은 물레나물(H. ascyon)과 더불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항우울제로서 이 약초로 만든 상품 하나가 합성 약인 프로작(Prozac, 1988년 미국에서 시판된 이후로 우울증에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여 줌으로써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항우울제)보다 3배나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네티즌의 33.5퍼센트가 가벼운 우울증 증세가 있으며 5.8퍼센트는 증세가 심각하고 직장인, 폐경기 여성 등 많은 일반인도 불안, 초조, 피로, 수면장애, 두통 등의 정신적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어 우울증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식물의 뿌리는 아주 단단하고 잎은 마주 보며 나는데 잎밑이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잎을 햇빛에 비쳐 보면 검은색 점들이 보이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노란색이며 7, 8월에 가지 끝에 모여 피고, 꽃잎과 꽃받침은 5장씩이며 꽃의 크기는 지름 1.5~2센티미터 정도이다. 열매는 삭과(캡슐형)로 익으며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뜰에 심기도 하는데, 해가 잘 비치며 약간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생약 명은 소연교(小連翹)라고 하는데 열매가 달린 식물 전체를 말린 것으로 한방에서는 상처가 났을 때 혈관이나 조직을 수축시켜 피를 막아 주거나 베인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이며 살균 작용, 수렴 작용, 지혈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최근 밝혀진 우울증 치료에 중요한 식물화학 성분은 히페리신(hypericin)과 히퍼포린(hyperforin)이다. 이들 성분은 크게 중추신경계와 면역계에 작용하는데 선택적으로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하여 우울증 환자의 복합적인 증상을 크게 개선시켜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부작용이 아주 적은 (2.43퍼센트) 것이 큰 장점이다.
1996년 <영국의학저널>에 고추나물에 대한 23건의 임상 실험 결과를 요약 정리한 논문 하나가 실렸는데, 보고된 실험 가운데 15건은 ‘히페리쿰’이라는 학명으로도 알려져 있는 고추나물과 위약(僞藥)의 대조 실험이었고 8건은 프로작 이전의 항우울제들과 고추나물의 효능에 대한 비교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고추나물은 경미한 우울증을 치유하는 데 월등한 효능을 나타냈고 비교평가 대상이 된 다른 약품보다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논문을 쓴 연구자 가운데 한사람인 내과의사 신시아 멀로는 “가벼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제로 고추나물을 권한다. 다른 항우울제를 복용하고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의 우울증 환자들도 의사의 조언을 들어 가며 고추나물을 복용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했다. 보통 의사들은 300밀리그램의 표준화된 추출물을 하루 세 번 복용하라고 권한다.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물레나물과 고추나 물을 잘 활용하여 좋은 효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약학 박사, 삼육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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